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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

매한작, 『홍익대제 고건무』

by 루모로마노 2020.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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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제 고건무

주2회 연재(화, 토) 우리 역사를 한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꿈꿔봤을 찌질한 신라의 삼국통일이 아닌 호쾌한 고구려에 의한 삼국통일!! 시간을 거슬러 고구려 시대에 환생한 주인공

novel.munpia.com

전에 영류왕과 연개소문에 대한 고찰을 하면서, 나도 영류왕을 주인공으로 한 대체역사소설을 한 번 써보고 싶어졌는데, 그 전에 영류왕을 주인공으로 한 대체역사소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번 찾아봤다. 그렇게 해서 읽어보게 된 작품이 <홍익대제 고건무>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내가 영류왕을 주인공으로 한 다른 대체역사소설을 써도 큰 상관은 없을 것 같다. 일단은 주제나 방향성, 취향이 너무도 다르다. 이게 첫 편이 2013년에 올라와서 최근 유행하는 대체역사소설의 경향이나 최신 고구려 연구 성과를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걸 감안해야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아서 82~83화까지만 읽고 일단은 멈추었다.(*문피아 공지사항에는, 시간 순서대로 읽으려면 이 부분이 첫 부분이니 여기부터 읽으라고 되어 있다)

역사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건 좋지만, 그리고 호쾌함을 표방하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나는 그런 '판타지'를 충족하더라도 묘한 '판타지적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작품을 좋아해서인지, 일단 정복해보자는 식의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고구려가 중국을 정복한다면, 수많은 정복왕조가 안고 있던 고민들을 고구려 역시 떠안게 된다. 언어, 종교, 문화, 역사가 모두 다른 타민족의 정복 이후 제국은 어떻게 이질적인 집단과 함께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 말이다. (내 작품<그리고 소녀는 대원수가 되었다>가 최근 천착하고 있는 문제기도 하다)

게다가 그 문장에서, 인물의 구축에서, 플롯에서 여전히 <삼국지연의>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더 읽기가 곤란하다. 현대소설은 고전소설과는 다른, 평면적 인물이 아니라 입체적 인물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에 현대소설 아닌가. 일부러 고전의 향기를 찾으려 한다면야 모르겠지만, 현대 냄새가 물씬 나면서도 작가의 한정된 독서 경험으로 인해 고전소설의 문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과연 이 작품을 계속 읽어야만 하는가,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이 작품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내가 쓰려는 건 전혀 다른 건데 여기서 본받을 게 있을까, 하고.

또한 웹소설이라는 매체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문장 배치도, 괄호의 남발도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문장이 세련되진 않더라도 앞뒤는 맞아야 하는데, 자꾸만 나오는 비문은 내가 지금 이 글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자꾸만 재검토하게 만든다. 두 화를 읽는 데 드는 수고는 20여 화에 버금간다.

일단은 잠시만 접어두자. 그래도 구백 수십여 화, 책으로 삼십 사권이나 되는 대장편이다. 분명 본받을만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런 장점을 발견하게 된다면 또 다른 감상평을 남기겠지만... 일단은 쉬고 다른 글들을 읽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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