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번 <지킬 앤 하이드>를 두 차례 예매했다.
한 번은 여자친구와 함께,
다른 한 번은 어머니와 함께 보러 갈 표였다.
지금까지 <지킬 앤 하이드>를 잠실의 샤롯데씨어터에서 감상했는데
처음으로 한남동의 블루스퀘어에서 보게 되었다.
기대감에 많이 부풀었었는데 12월 3일 '윤석열 반란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심난한 며칠을 보냈다.
나는 토요일에는 국회 앞으로 가서 탄핵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니까.
당시 군부대에 연줄이 있는 사람들 말에 따르면 12월 7일 집회를 군대가 무력 진압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있어서
공연을 보는 내내, 이번에 여자친구와 보는 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물랑루즈>때도 그랬지만 블루스퀘어에서는 공연에 관련된 음료나 식사를 판매한다. 그렇게 산 Good and Evil 이라는 음료를 먹으면서도, 나는 어딘가 계속 불안한 웃음을 지었나보다. 내가 토요일에 집회에 나갈 거라는 사실을 아는 여자친구도 차마 나가지 말라는 말은 못하고 나를 즐겁게 해주고자 노력하는 게 보였다.
음료를 사면 주는, 지킬의 '변신 약' 모양의 펜, 그리고 지킬과 하이드의 일기장을 흉내낸 종이를, 지금은 웃으면서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공연 중 '가면' 넘버를 보면서 "위선자"라는 가사에 나 스스로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위선자"들을 향한 증오가 끓어올랐다. 겉으로는 합리적 보수입네, 중도입네, 협치를 해야하네 어쩌네 하면서도 속으로는 민주주의를 철폐하지 못해서,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아 죽이지 못해서 안달난 쓰레기들.
나는 그래서 12월 7일과 12월 14일의 집회에 나갔고, 다행스럽게도 윤석열의 탄핵은 일단 가결되었다.
하지만 그 졸개들은 이제 '백골단'까지 부활시켜 민주주의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민주주의자로서, 민주국가의 국민으로서 보수주의자를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때까지, 위선자들과 싸워야 할 것이다.
<지킬 앤 하이드>를 회상하며, 그 주의 공포와 분노를 회상하며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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