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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

차소희, 『100만 클릭을 부르는 웹소설의 법칙』

by 루모로마노 2022.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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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유형의 작법서를 제외하고, ‘웹소설’ 작법서를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웹소설 작법서를 읽는 동기가 컨택 혹은 ‘플랫폼에 정식으로 작품을 출간하는’ 데뷔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미 데뷔 2년이 넘은 내가 작법서를 읽을 때는 아무래도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나는 이번 서평을 ‘이미 데뷔한 웹소설 작가’의 관점에서 이 책이 어떤 식으로 유용하고 인상 깊었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를 지향하는 작가에게 있어 작법서는 ‘직업교육’의 성격을 띠기 마련이다.

이러한 ‘직업교육’의 유용성은 그 ‘실전성’이 얼마나 뛰어난지로 판가름 난다. 즉 이 작법서를 읽어서 실제로 웹소설 작가로 데뷔할 수 있는가, 혹은 웹소설 작가가 이미 된 사람에게 어떤 길을 제시할 수 있는가가 유용성의 기준이 될 것이다.

웹소설 작가로 데뷔하고 나서 2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나는 내가 무엇을 잘했고, 또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피부로 배웠다.

예를 들자면 나는 90년대 말, 2000년대 초의 감성으로 웹소설에 접근했고, 그렇게 데뷔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연재를 계속하는 동안 2020년대와 나, 내가 쓴 작품이 얼마나 동떨어졌는지 배워 왔다는 말이다.

나는 내 작품 『그리고 소녀는 대원수가 되었다』를 읽은 독자에게서 “에반게리온 처음 봤을 때의 감동을 느꼈다”는, 참으로 감사한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칭찬인지와는 별개로, 그 칭찬에는 나의 약점 역시 담겨 있다. 나는 세기말 특유의 감성을 원하는 독자들을 충족시켜드릴 수는 있지만, 아직 2020년대의 감성과 함께하진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라이트노블도 2000년대 초와 2020년대의 작품들이 정말 같은 ‘라이트노블’이라는 틀에 묶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른데, 몇 달 만에 출간되는 종이책을 한 권 한 권 모으던 시절과, 연재물을 스마트폰-웹 환경에서 접할 수 있는 지금의 장르소설 역시 확연히 다를 것이다.

시대가 달라지면 매체가 달라지고, 매체의 향유층이 바라는 내용이 달라지며, 내용이 달라지면 마침내 작품이 바뀐다. 나는 그것을 2년 동안 뼈아프게 배웠다.

차소희 작가의 『100만 클릭을 부르는 웹소설의 법칙』은 그렇게 2년에 걸쳐 간신히 배웠던 것들을, 단 몇 시간 만에 익힐 수 있도록 정리했다. 물론 선배 작가의 조언이 잘 와닿지 않는, ‘나는 예외’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작가라면 나처럼 직접 몸으로 겪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웬만하면 조언을 받아들이고 시간과 노력 낭비를 줄이는 게 좋지 않겠는가?

여기 내가 트위터에서 바다루(『기기묘묘 고양이 한국사』의 저자) 선생님께 드렸던 이야기 토막 하나를 소개해볼까 한다. (2022년 8월 14일)

 이런 논의에서 의도적이었든 아니었든 지나치게 축소되는 존재가 바로 '독자'가 아닌가 합니다. 작가의 창작 쪽에서 바라본 이야기는 자주 나오지만, 독자의 향유에 대해서는 '대중이 말초적 즐거움만을 바란다'는 식으로 일축되곤 하지요. 하지만 2년 조금 넘게 대체역사소설을 연재해 본 보잘것 없는 경험을 통해 어설픈 말 몇 마디 보태보자면, 독자가 무엇을 왜, 어떻게 향유하는가에 대한 탐구는 지금보다 더 깊고 폭넓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독자에 대해 생각할 때 항상 영화 <완득이>를 떠올리는데, 평생 곱추라 멸시받고 살아 온 완득이 아버지가 술에 잔뜩 취해 완득이 담임 똥주 선생에게 하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거기서 완득이 아버지는 현실의 부자유한 자기 육체를 벗어나 무림 고수들 처럼 훨훨 날아다니고 싶었던 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소설의 역할은 바로 그런 데 있지 않나 싶습니다. 혹자는 이것을 두고 대리만족이라느니 현실도피라느니 따위의 말을 함부로 입에 담습니다만, 저는 그따위 물건들을 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러주고 싶지 않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이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완득이 아버지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으니까요.

 요컨대, 독자는 이미 '치열한 역사를 살고 있다'는 겁니다.

 또 한편으로는 영화 <퍼스트 어벤저>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캡틴 아메리카가 유럽 전선에서 위문공연을 하는 장면 말입니다. 그때 캡틴 아메리카는 미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치를 때려잡는 내용의 공연을 합니다만, 군인들의 반응은 시큰둥 합니다. 왜냐하면 군인들은 이미 직접 나치와 싸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설은 작가와 독자의 대화입니다. 그런데 작가가 독자에게 '삶의 깊은 의미'를 통찰했다고 작품을 들이밀 때, 독자는 그다지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 정도 깊이는 이미 독자가 매일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웹소설 작가는 매일 새벽 지하철 손잡이에 몸을 맡기고 출근하는 독자, 매일 밤 똑같이 퇴근하는 독자를 향해 소설을 씁니다. 우리가 그들의 '독서 끼니'를 위해 제공하는 것이 '스낵'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 독자들을 향해 고급 정찬을 차려놓고 "이 좋은 걸 왜 못알아보느냐"고 한다면

 그것은 독자를 향한 조롱이며, 여기서 작가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오만한 자기 만족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다시 대체역사 장르로 돌아와 위의 이야기를 정리해보자면, 우리는 아시모프의 추천사를 받을만한 글을 써야 하는 해리 터틀도브가 아닙니다. 우리는 대중 독자를 향해 글을 쓰며, 그 독자 대다수는 이미 <비잔티움의 첩자>의 주인공 아르길로스만큼 치열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저는 독자가 저에게 주는 100원에서 피와 땀과 눈물의 냄새를 맡습니다. 피와 땀과 눈물을 받았다면 그에 상응하는 위로를 전달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어설프게 '아르길로스의 동로마인으로서의 삶을 체험시켜 주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아르길로스같은 인생들이 아기와 아내를 잃고 비참해지지 않게 할 수 있겠는가, 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오늘날 웹소설 대체역사물에서 종두법을 아는 현대인이 동로마 황제가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엄청난 깨달음을 얻은 듯이 이야기했지만 선배 작가들은 이 진리를 이미 알고 있었다. 차소희 작가 역시 마찬가지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복잡하고 어지러운 현실, 치일 대로 치여 숨 돌릴 여유조차 없는 각박한 삶. 그속에서 사람들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즐거움을 누리고 싶어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스낵컬쳐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제가 웹소설 작법에 대한 강의를 할 때 받는 질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이 무엇인가요?”라는 게 많았는데요. 그때마다 저는 항상 똑같이 대답합니다. “‘덕분에 월요일이 기대돼요’라는 댓글이요.”(당시 제 소설은 평일에 연재되었습니다.)

 저 역시 한때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회사 생활을 해봤기에 월요일이 얼마나 지치고 힘든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작 제 소설 1회차 때문에 생각만 해도 끔찍한 월요일이 기대된다니, 이보다 더 좋은 댓글이 있을까요? 그때 저는 실시간 연재에 매우 지쳤었는데 이 댓글에 힘을 얻었고 프린트해서 모니터 옆에 붙여놓았습니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붙여놓은 댓글을 보며 ‘월요일이 기대되는 소설을 쓰자’라고 다짐하곤 했습니다.

 이처럼 웹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웹소설이라는 환상의 세계에 푹 빠져 현실의 괴로움을 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각박한 현실에 지칠 대로 지친 몸이니 정신만큼은 달콤한 세계를 유영하고픈 마음이 큰 것이지요. 따라서 우리는 대중이 원하는, 그들이 숨을 돌릴 수 있게끔 도와주는 스낵컬쳐 콘텐츠를 제작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스낵컬쳐를 잘 다루는 방법을 익혀야겠죠?

-24쪽~25쪽

다만 이 작법서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명확하고 분석적인 언어를 쓰기보다는 여러 웹소설 커뮤니티에서 쓰이는 용어들을 쓴다는 점이다. 이는 ‘실전’에 밀착한 설명이 가능하게 해주지만, 초심자의 범위를 넘어서는 깊이의 설명 앞에서는 막히고 마는 단점이 있다.

물론 이런 작법서가 초심자, 도전자를 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적절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약간 아쉬운 부분이다. 이건 다른 작가들의 작법서를 추가로 보면서 탐구해보든지, 아니면 내가 언젠가 직접 쓰는 수밖에.

그러나 이 아쉬움은 어디까지나 데뷔를 한 웹소설 작가의 입장에서나 그런 것이지, 데뷔를 목표로 하는 웹소설 작가 지망생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다. 그런 분들에게는 무척 유용한 책임을 보증한다.

 

 

 

 

그리고 소녀는 대원수가 되었다

하굣길에 우연히 마주친 소녀는, 암살 시도를 피해 도망친 국가원수 미리안이었다. 소년 주견하는 도와 달라며 내민 소녀의 손을 잡았지만, 음모에 휘말리며 부모를 잃고, 복수를 위해 전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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