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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삼국지 흉노는 위촉오를 찢어

고구려의 동명왕 신화 훔치기?

by 루모로마노 2025.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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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정의 『처음 읽는 부여사』에서는 북부여, 부여, 동부여에 관한 재미있는 가설을 소개한다.

한국사의 고대 국가에 붙는 동서남북 방위는 국호에 고정적으로 붙는 것이 아니라, 고구려를 기준으로 붙을 수도 있고, 혹은 그 나라의 옛 수도와 현 수도의 위치를 비교하여, 혹은 다른 나라를 기준으로 하여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옥저는 두만강을 '기준'으로 삼으면 남옥저와 북옥저로 구분되지만, 고구려를 기준으로 하면 남옥저는 동옥저로 불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삼국유사』에 전하는, '동해 바다에 접하며 가섭원에 도읍한' 동부여의 존재는 부정된다. 동부여가 자리해야 할 지역에는 유적과 유물 발굴을 통해 북옥저(책성, 책구루)가 자리할 뿐, 동부여라는 정치체가 자리할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부여와 동부여는 대체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285년 선비 모용외의 침공으로 부여 의려왕이 죽고 부여가 일시 멸망한 사건에 관한 것이다.

의려왕의 아들 의라왕은 피난하여 진(晉)의 도움을 받아 부여 땅을 되찾았는데, 이때 수도로 삼은 땅이 초기 부여의 수도인 예성(혹은 녹산)보다 북쪽에 있어 새 부여는 '북부여'로, 기존 예성(녹산)의 부여는 '동부여'로 불리게 되었다는 설이다. (*녹산 일대의 부여는 이후 고구려의 속국이 되었다가 이후 문자명왕 시대에 고구려에 흡수되었다고도 한다)

또다른 설은 346년, 말갈(숙신) 백돌부(백제라고 잘못 기록된)의 공격을 받은 부여가 예성을 떠나 용수산(위 지도에서 후기 부여 설2)로 수도를 옮겼다가, 이때는 전연을 세운 모용선비의 공격을 다시 받아 멸망했다는 것이다.

이후 전연이 몰락하는 과정에서 고구려가 농안(후기 부여 설1)에서 용수산에 이르는 지역을 장악했고, 기존 부여 잔당이 예성/녹산 일대에 버티고 있다가 광개토왕의 공격으로 멸망, 다시 북쪽으로 나하(那河)를 건너 옛 고리국의 땅으로 가 두막루를 세웠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위 지도에서 표현한 후기 부여 수도 설1(농안), 설2(서면성), 설3(용수산) 중 최근 용수산이 후기 부여의 수도였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이 부여는 북부여/동부여로 구분되었다기보다는 부여/동부여로 구분되었고, 북부여는 따로 있었던 게 아니냐는 가설이 제시된다.

또한 유물과 유적을 바탕으로 추정했을 때, 동류송화강(나하那河) 이북의 문화가 이남의 문화와 섞이는 양상이 보이므로, 이것이 고리국(高離國)의 동명(東明)이 남하하여 부여를 세웠다는 건국신화와 관련이 있다는 설 또한 제시된다.

이를 종합했을 때, 북부여는 기존의 설대로 부여를 일컫는 다른 이름이 아니라, 부여 북쪽의 부여, 즉 고리국을 일컫는 말이 아니었는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설이 사실이라면 고구려가 추모왕(주몽)을 어떻게 부여 건국자 동명왕과 동일시하면서, 추모왕을 동명성왕으로 만들어갔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즉 전연의 멸망으로부터 광개토왕 시대에 이르기까지, 고구려는 후기 부여의 수도가 있었던 곳으로 북진, 장악했고, 아예 '동부여'라 부르기로 한 집단까지 속국화하는 데 이르자, 고리국-부여국-고구려로 이어지는 계보에서 부여국을 지우고, 고리국-고구려로 직접 이어지는 신화를 창조해낸 것은 아닌가 싶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주몽은 부여를 탈출하여 고구려를 세운 추모왕이 아니라, 고리를 탈출하여 고구려를 세운 동명성왕이(고리=고구려라면 그냥 남쪽에서 고리국의 정당한 왕권을 주장한 셈이) 된다.

고구려가 광개토왕 시기 국호를 고려로 바꾼 것도 이와 무관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광개토왕 시기 활동한 모두루의 집안이 역임했다는 '북부여수사'의 의미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 자리는 어쩌면 기존의 부여(동류송화강 이남)를 다스리는 관직이 아니라, 농안 일대에서 동류송화강 이북의 '고리국=북부여'를 간접적으로 통제하는 관직은 아니었을까?

여하튼 신작 『흉노 유표는 삼국지를 찢어』에는 고리국=북부여 설을 채용하였음을 밝혀둔다.

 

 

 

 

흉노 유표는 삼국지를 찢어

루모로마노 - "내가 유표(劉表)였으면 천하통일 했다." 그러자 신은 나를 흉노의 유표(劉豹)에 빙의시켰다.

novel.mun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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