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작/창작 노하우 공유

웹소설 작가가 되고 싶은 분들께

by 루모로마노 2021. 11. 6.
728x90
반응형

이런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3000자 제한이 있는 댓글로는 제대로 된 답변을 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아, 질문해주신 분께 먼저 양해를 구하고 이렇게 포스팅해 봅니다.

질문1

카카오페이지는 연재하기 굉장히 어렵고, 루모로마노님은 현재 상당히 있기 있으신 작가남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나중에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를 시작하는 게 꿈인데요, 이렇게 되시기까지 어떤 연재처에서 연재를 하셨고, 또 어떻게 카카오페이지와 인연이 닿으신 건가요?

답변1

사실 저는 인기가 많은 편은 아닙니다ㅎㅎ 저보다 훨씬 잘 쓰시고, 인기도 많은 작가님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답변을 해도 괜찮을까, 좀 더 좋은 조언을 해주실 수 있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고민도 했습니다만…… 그래도 저에게 질문을 남겨 주셨으니 성심성의껏 답변드리는 게 예의라 판단되어, 몇 자 적어봅니다.

저는 데뷔 전에는 몹시 인기가 없었습니다. 지금 쓰는 작품에서 알 수 있듯이 회귀, 빙의, 환생 같은 소재는 아예 쓰질 않았고, 이야기 구성 자체도 제가 즐겨 읽은 2000년대 초반 판타지나 라이트노블에 훨씬 가까웠으니까요.

때문에 저는 어떻게든 독자들의 눈에 띄기 위해 최대한 많은 연재처에서 동시 연재를 하는 길을 골랐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기준은 있었습니다. 아무 연재처에서나 하는 게 아니라 ‘모바일 관리’가 가능한 곳이어야 했거든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에 답변해드리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모바일 환경’에서 내 글을 읽었을 때, 과연 잘 읽힐까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2000년대 초반의 독서 습관에 물들어 있어서, 글의 호흡이 요즘 웹소설과는 많이 달랐거든요. 그래서 이런 검토 과정이 꼭 필요했습니다.

조아라, 문피아, 네이버 웹소설, 북팔, 스낵북, 톡소다, 브릿G, 이렇게 7개의 연재처에서 동시에 연재를 하다가 북팔 쪽에서 제 작품을 알아보고 연락을 주셔서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출판사(요즘에는 매니지먼트라는 말을 더 많이 쓰더라고요)와 계약을 하게 되면, 출판사 쪽에서 네이버 시리즈나 카카오페이지에 제안을 해보자고 말해줍니다.

저는 가장 규모가 큰 카카오페이지를 골랐는데, 카카오페이지에서 심사를 할 수 있도록 먼저 25화~30화 정도의 분량을 먼저 다듬어서 제출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연재를 시작하려면 대략 110화 정도의 분량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 후로는 다른 연재처에서는 모두 내리고(당연히 독자분들께 일주일 정도 공지를 하고), 연재 없이 110화 분량을 채우는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기간이 굉장히 힘듭니다.

저는 무료 연재를 50화 정도 했었는데, 이때는 웹소설 한 화 분량(5천 자 내외. 즉 4500자에서 5500자 정도)의 개념이 거의 없어서 한 화가 6천자~8천자 정도 했어요. 그걸 5천 자 내외로 수정하니 75화 정도로 분량이 늘어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40화 정도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어떤 독자분들과의 접촉도 없이, 될지도 안 될지도 모르는 일을 위해서 혼자 40화를 쓴다는 게, 참 심리적으로는 육체적으로는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심사 기간도 꽤 길었습니다.

2019년 6월에 ‘기다리면 무료’ 심사를 넣어서, 2020년 1월에 통과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거든요. 반년 정도 걸린 셈인데, 이것도 힘들지만 그냥 버텼던 것 같아요.

기다리면 무료 심사의 정확한 통과 기준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담당자분을 통해 들은 말로는 제 작품이 ‘요즘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지만, 카카오페이지에는 이런 작품도 필요하다’는 이유로 통과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다른 요인을 두 가지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먼저 이 작품은 정식 계약 전에 카카오페이지 공모전에서 탈락한 작품이에요. 탈락은 했지만 어쩌면 그때 좋게 봐주셨던 분이 카카오페이지에 있지 않았나? 하고 개인적으로 추측해보고요ㅎㅎ(즉, 공모전 등에서 떨어졌다고 해서 지나치게 절망할 필요는 없다)

또 그 이후로 계속 연재를 하면서 2019년 1월에는 네이버 웹소설에서 ‘베스트 리그’에 올라갑니다. 지금은 일정한 인기를 얻으면 자동 승격이라 훨씬 쉬워졌지만 당시엔 그냥 담당하시는 분들 마음이라 굉장히 어려웠거든요.

일단 베스트 리그에 올라가면 계약 제의를 받는 일도 많아지는 등, 어느 정도 ‘검증된 작품’이라는 증거가 되는 일이었습니다. 이것도 한 요인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

질문2

전 루모로마노님과 장르가 다른 ‘로맨스 판타지’나 ‘판타지’를 쓰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쓰고 있는 소설이 장편인데, 장편을 쓰실 때 처음에 어떻게 계획하시고, 줄거리를 대략적으로 짜놓으시나요?

답변2

이건 작가마다 답변이 아주 다양하게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완전히 개인적인 작업 스타일의 영역이기 때문이지요.

저는 예전에 라이트노블 작가가 되고 싶어서 공모전에 장편소설을 응모할 때, 되게 철저하게 계획을 짜고 시작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방식은 저한테 맞지 않더라고요.

미리 짜 둔 계획 때문에, 그 계획에 맞춰서 글을 쓰느라 순간적으로 번뜩여야 할 아이디어가 전혀 떠오르지 않고, 글에 몰입해서 감정을 쏟아내듯 나오는 문장들(저는 이렇게 쓸 때 가장 좋은 문장이 나옵니다)이 나오질 않더라고요.

짜 둔 계획에 신경쓰느라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장편 작업을 할 때는 중요한 분기점, 꼭 넣어야 할 장면, 결말 정도만 생각해둡니다. 나머지는 즉흥적으로 작업해 나갑니다.

***

질문3

소설을 적을 때 그 시대의 배경을 찾는 건 기본적으로 해야하는 일 중의 하나라고 알고 있습니다. 혹시 어떻게 자료조사를 하시나요?

답변3

이 질문의 답변은 5번 질문의 답변과 어느 정도 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중고등학생이신 분들이 종종 하는 질문이 “대학을 꼭 가야 할까요?”인데, 저는 꼭 가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왜냐하면 대학이 바로 ‘자료조사 방법’을 제대로 알려주는 교육기관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중학교 3학년이나 고등학교 2학년 국어 교과 쪽에도 포함된 내용이기는 할 텐데, 학교 선생님들이 시험범위에는 잘 안 넣으셔서 중고등학교에서는 제대로 배우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대학교에서는 과제물을 작성하거나 발표수업을 할 때(중고등학교와 달리 한 시간 정도를 혼자 발표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자료를 어떻게 조사했느냐가 그 결과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에 자연스레 배우게 됩니다.

특히 대학교 1학년 때는 학교의 중앙도서관에서 이용 안내 특강을 한다든가(매우 중요!), 필수 과목으로 자료조사와 글쓰기 강의를 들어야 하기에 훈련의 기회가 많죠.

보통 저는 자료를 고를 때 일단 ‘저자’를 먼저 봅니다. 그리고 그 분야의 전문가인지 살펴보죠.

예를 들어 역사책을 들었는데, 저자가 역사학자가 아니라 의사나 과학자인 경우, 그런 경우엔 그 책을 피합니다.

또 역사이긴 한데, ‘근대사’ 학자가 ‘중세 역사’에 대해 쓴 경우에도 그 책은 피합니다.

자신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잘못된 지식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 가급적이면 두꺼운 책을 고르려고 하는데요, 내용을 살펴봐야 확실해지겠지만 보통은 두꺼우면 내용도 상세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한국사 교과서는 정말 재미가 없습니다. 이건 전문 역사서에 비하면 얇지만, 그러기 위해서 ‘중간 과정’의 설명을 생략하거든요. A가 F가 되는 과정은 설명하지 않고 그냥 A → F 다, 이런 식입니다. 이걸 그냥 외워야 하니까 재미가 없죠.

그런데 두껍고 어려울 것 같은 역사책은 오히려 재미있습니다. 한국사 교과서가 생략한 설명, 즉 A →B → C → D → E → F를 자세히,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그렇기에 두꺼운 책이 오히려 이해가 쉽고 재미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자료조사를 하는데 책에 대해서만 이야기할까. 이렇게 의아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저는 인터넷 자료는 전혀 신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너무 틀린 게 많습니다. 솔직히 80% 정도는 잘못된 정보가 아닐까 싶어요.

자료조사는 좋은 자료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잘못된 자료’를 걸러내는 요령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하면 좋은 자료는 그 가운데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마련이거든요.

인터넷은 그 책이 어느 도서관에(요즘에는 내가 찾는 책이 전국 도서관의 어디에 있는지 검색할 수 있더군요), 혹은 어느 서점에 있는지, 최근 출간된 좋은 자료는 무엇인지 알아보는 용도로만 쓰시는 게 좋습니다.

***

질문4

작가님은 언제부터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신 건가요?

답변4

이 질문에 대해서는 무척 조심스러운 기분이 드네요.

저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전민희 선생님의 『룬의 아이들』이라는 작품을 보고 나서였죠.

그런데 이렇게 답변을 하면 혹시라도 ‘아, 작가는 그렇게 어릴 때부터 꿈을 지켜와야 하는 거구나’ 하고 겁을 먹는 분들이 있을까봐, 저는 그게 두렵습니다.

저는 꿈도 여러 번 바뀌었고, 또 꿈을 아예 접은 적도 있습니다. 그냥 공무원이 되어서, 부모님이 원하시는 안정적인 직장 갖고 그렇게 살지 뭐, 이런 생각을 했던 적도 있어요.

중학교 3학년 때는 만화가가 되고 싶기도 했고, 고등학생 때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었고, 또 성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막상 성적 맞춰서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했을 때는 정말 작가가 되고 싶은 게 내 꿈일까 싶기도 했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선 교사가 되고 싶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도 갔죠.

작가의 꿈을 다시 찾은 건 교직 임용고시도, 공무원 시험에도 여러 번 떨어진 뒤의 일입니다.

저는 다른 작가들이 20대에 데뷔하시는 것과 달리, 심지어 어떤 작가분은 고등학생 때 데뷔하시는 것과, 서른 살이 되어서야 데뷔했어요.

늦었다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이루지 못했던, 혹은 변덕스럽게 바뀌어왔던 꿈들이 모두 지금의 나를 이루는 자산이 된다는 건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지금은 웹소설 작가를 하면서, 동시에 게임 방송 스트리머라는 새로운 꿈도 꾸고 있어요 ㅎㅎ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죠. 또 변덕이 일어날 수도 있고요.

그러나

삶이 이어지는 한 저는 계속 꿈꾸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질문5

주변에 다른 아이들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은 이미 예고나 문과로 길을 정했더라고요. 전 제 학업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데, 공부를 병행하면서 꾸준히 글을 써도 늦지 않을까요?

답변5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하고 싶은 일은 많을 수도 있어요. 꼭 하나만 집중해야 한다? 한 마리 토끼만 노려야 한다? 저는 그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시간 관리에 대한 원칙만큼은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저는 학생 때도 그렇고 학원강사를 할 때도 그렇고 시험을 앞둔 2주 정도는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시험에만 집중하죠.

학생 때의 시험공부는 향후 더 큰 배움을 위한 발판이 되어줍니다. 대학에 진학해서 완전히 다른 종류의 공부를 할 때도 필요하고, 또 그 시험공부 자체가 지식을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되거든요.

학원강사 때는 당연히 학생들의 미래가 걸린 일이니, 그 책임을 다해야 했지요.

그러니 무언가를 포기할 필요는 없지만, 포기하지 않고 제대로 하려면 어떤 일을 먼저, 혹은 나중에 처리한다는 식의 시간관리만큼은 철저히 하셔야 합니다.

***

질문6

카카오페이지라는 연재처에서 현재 359화까지나 업로드 된 장편을 쓰시고 계신데, 장편을 쓸 때 어떻게 하면 연성이 잘 된다, 같은 팁 있으신가요?

답변6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아마 2번 답변이나 3번 답변과 통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사실 여기까지 오면 좀…… 잘 안 떠오릅니다 ㅎㅎ

그럴 때는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기분전환을 해요. 특히 산책할 때 ‘느슨하게 짜 둔 계획’의 중간 부분들을 상상하면서 걷지요.

아, 메모는 필수입니다. 이때 떠오른 즉흥적 아이디어는 굉장히 반짝이는 것들이지만, 그만큼 금방 뇌에서 증발합니다. 저는 절대로 제 머리를 믿지 않습니다. 메모를 믿습니다.

또 자료조사 과정에서 힌트를 많이 얻습니다. 특히 역사책이 그런데,

역사책은 인간 행동의 ‘사례 모음집’ 같은 거거든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인간이, 어떻게 행동했는가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죠.

또 저랑 비슷한 장르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기도 합니다. 웹소설도 좋지만 저는 주로 종이책 소설들을 읽어요. 그게 휴식도 되고요.

그러면서 ‘아, 나라면 이런 부분에선 이렇게 안 쓰고 저렇게 썼을 텐데’하는 생각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런 아이디어들을 적극 활용하는 거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요령은,

그냥 인내심인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묵묵히 써내는 것 말이죠.

***

썩 훌륭한 답변은 아니지만, 이 작가는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 하는 정도의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소녀는 대원수가 되었다

하굣길에 우연히 마주친 소녀는, 암살 시도를 피해 도망친 국가원수 미리안이었다. 소년 주견하는 도와 달라며 내민 소녀의 손을 잡았지만, 음모에 휘말리며 부모를 잃고, 복수를 위해 전장에

page.kakao.com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