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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창작 노하우 공유

시점에 대해

by 루모로마노 2021.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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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칭과 3인칭을 오가는 서술 기법"에 대한 질문이 작가 지망생들 사이에서 자주 보입니다.

물론 이렇게 '시점을 오가는' 작품들도 많습니다만, 만약 한 장면, 한 문단 내에서 시점이 오가는 듯 보인다면, 그건 착각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그건 시점을 오가는 게 아니라 그냥 전지적 작가시점 고정입니다.

이런 착각은 기성 작가분들도 자주 하시는데, 이를 두고 잘못된 서술이라느니, 최근 트렌드라느니, 웹소설에서만 허용된다느니 하는 댓글이 달려서 답답한 마음에 글을 써 봅니다.

전지적 작가시점은 인물의 내면을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서술자가 인물의 내면을 전달합니다. 이때 큰따옴표나 작은따옴표, 줄바꿈 등, 따로 구분되는 표시를 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글의 몰입감과 속도를 높일 수 있거든요.

예시. 염상섭의 [삼대] (문학과지성사 303쪽)

지나는 나그네가 바위틈에 돋아난 꽃 한 송이를 아름답다고 못할 게 무어 있으며, 흙 한 줌 북돋기로 그것을 욕심이 시키는 일이라고만 하느냐고 책망한 말을 필순이는 보고 또 보고 하다가는 자기의 얼굴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내가 꽃일까? 이런 꽃이 어디 있을꾸? 거울을 보지 않아도 핏기 하나 없는 팔초한 얼굴이다. 필순이의 머리에는 추석 뒤에 배틀어진 산국화 한 송이가 부연 햇발을 받으며 간들거리는 양이 떠올라왔다.

당장 집에 있는 소설책 집어들어서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나옵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의 서술자가 '필순이'의 내면심리를 서술하는 부분이죠. 이걸 3인칭과 1인칭을 섞어 쓴다는 식으로 착각하면 안됩니다.

이런 착각이 '이론'에 대한 사소한 착각이라 여겨질 수 있습니다만, 생각보다 이 문제는 심각합니다. 일단은 이런 표현 기법을 오독함으로써 글을 배울 때 크게 잘못 배울 수 있고, 또 자신이 글을 쓸 때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까요.

이건 문학 전공자여야 알 수 있는 지식 같은 게 아닙니다. 쓴소리좀 하겠습니다만, 중고등학교 문학 시간에 졸지만 않았어도 머릿속에 얼마든지 넣어둘 수 있는 지식입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지만, 그게 작가가 배움을 멀리하고 게을러도 된다는 면죄부는 아니라는 걸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소녀는 대원수가 되었다

하굣길에 우연히 마주친 소녀는, 암살 시도를 피해 도망친 국가원수 미리안이었다. 소년 주견하는 도와 달라며 내민 소녀의 손을 잡았지만, 음모에 휘말리며 부모를 잃고, 복수를 위해 전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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