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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의 웹소설은 가능할까?

by 루모로마노 2021.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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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들 앞에서 난동을 부리는 어떤 남자.

그 상황을 지켜보던 한 청년이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를 안아줍니다.

고래고래 질러대던 목소리는 잦아들고, 이내 청년의 품 안에서 남자는 울먹입니다.

제가 언젠가 쓰게 될 웹소설은 독자들을 이렇게 안아줄 수 있을까요?

***

글을 쓰다보면 바보들을 자주 만납니다.

도저히 조롱하지 않고서는 못 견딜 미련한 사람들도 있고, 비난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못되어 처먹은 인간도 있습니다. 구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정서가 망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욱하는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빈정대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바보들은 어리고, 지쳤고, 겁먹고,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일 뿐입니다.

어떤 사람은 말합니다. 요즘 애들 군대 한 번 다녀오는 것으로 유세 떤다고.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별 거 아닐 수도 있죠. 저도 다녀와보니 별 것 아니더라고요. 서른 넘어서 돌아보면 20대 때의 고민은 정말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상황에 처한 당사자에겐 그게 아니잖아요.

저도 군대가기 한달 전쯤엔 밤마다 주먹으로 벽을 치면서 울었습니다.

군대 가는 게 무서워서요. 그때 좋아하던 여자애한테는 기다려달라고 말하기도 미안해서 고백도 못하고 혼자 울었어요. 학과 내에서 따돌림 당하느라 친구도 없었고, 군대 갔다 오면 정말 아무 인연도 없는 복학생이 될 것만 같아서 무서웠습니다. 학교 집 학교 집 왔다갔다만 하다가 끝날 대학 생활일 거라고만 생각해서 무서워서 울었다고요.

그때 그 심정 떠올릴 수 있잖아요.

미안한데 잠깐 비속어 좀 쓰겠습니다.

물론 그런 애들 있습니다. '내가 좆같은 군생활 했으니 내 후임들도 좆같아야 해. 군대 안 가는 여자들도 좆돼봐야 해'. 아, 예. 물론 못된 생각이죠. 바보같은 생각이에요. 따끔하게 꾸짖어줘야죠, 근데.

어른이잖아요.

꾸짖었으면 안아줘야죠.

애들이 위로만 바란다고요? 위로 좀 해주면 어떻습니까? 그냥 안아주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잖아요?

20대 애들이 너무 극단적이고, 분노를 아무데나 마구 표출하고, 혐오에 휩싸여 있고... 그거 따끔하게 혼을 내야하는 건 맞는데, 그 전에 말이에요.

우리 30대, 그리고 40대 선배들.

그 애들 안아줬느냔 말입니다.

우리 세대가 먼저 사랑을 가르쳐주고 나서, 그러고 나서 꾸짖든지 뭘 하든지 해야 할텐데,

근데 냉소만 가르쳐준 게 아닌가 싶어요. 나도 그랬고. 지금 쓰는 글도 그렇고.

애들이 너무 자기 중심적으로만 생각한다고요? 아 그런 애들 있죠. 버릇없게 자란 아이들.

근데 이 애들은 아니에요.

한 번도 세상의 중심이 되어 본 적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방어적으로 나오는 거예요. 오히려 사랑받고 자란 애들은 '굳이 중심이 아니어도' 돼요. 하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여기서도 밀려나면 끝장'이라는 강박관념이 있어요.

"이 술 모임에서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어필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초조함이 있어요.

나도 너무 잘 알아요. 내가 90kg이던 시절에, 말도 제대로 못하고 쭈뼛거리던 시절에, 뒤에서 누군가 '돼지냄새 난다'고 수군거리는 경험, 나도 했어요.

그 비참함은 빗댈 수 있는 말이 없습니다.

제가 요즘에 시간 날때마다 반성하는 게 있어요.

인싸의 삶을 좀 살아봤다고 해서, 운동하고 살 빼고 연애도 해보고 인기 좀 많아졌다고 해서 아싸, 찐따라고 따돌림 당하던 시절 까먹고, 외롭고 힘든 애들 나도 모르게 비웃었던 거.

그래요. 이 글은 저 자신에게도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다들 20대 때 힘들었잖아요. 뭘 해도 안 풀립니다. 취업도 안 되고, 연애도 안 되고, 보는 임용고시 마다! 공시마다! 낙방 낙방 낙방 낙방 낙방 낙방...

그걸 다 겪어본 어른은, 꾸짖을 건 물론 꾸짖는 게 어른의 소명이겠지만,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것도 중요한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

잘난듯이 떠들었지만, 결국 이런 이야기입니다.

위로를 전해주는 소설을 쓰고 싶다. 웹이라는 매체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연애 좀 못해보면 어때,

야한 이야기 좀 좋아하면 어때,

오타쿠면 어때?

게임 좀 못하면 어때?

돈 좀 없으면 어때?

재능 좀 없으면 어때?

친구들 좀 없으면 어때?

죄 지었어?

열심히 살고 있잖아! 어깨 펴!

이 사회에는 연민이 부족하다고 했었는데, 저는 연민의 회복에는 '그러면 좀 어때?'라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도저히 용서 못할 천하의 개쌍놈들을 빼고요. 상식적인 선에서,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선에서.

'그래도 괜찮아' 라고 말해주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작은 사람들의 작은 노력을 주목하는 소설을...(언젠가는...)

***

나이를 먹으면서 좀 유해져서 그렇지, 솔직히 저도 오만하기 짝이 없는 인간입니다.

그래서 요즘 가장 무서운 건 그거에요.

나도 모르게 독자를 깔보게 되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다른 작가를 깔보게 되지 않을까.

그러지 않으려고 열심히 경계를 서고는 있습니다만...

뭐 선배 작가님들은 다 잘 하실테지만,

아직 데뷔하지 못한 후배 작가들에게 말씀 좀 드리자면,

독자의 지식 부족과, 독해력 부족과, 어휘 부족 같은 걸 접하다보면...

스멀스멀 오만한 생각이 기어나옵니다.

가끔은 별 것도 아닌 일에 광분하는 독자를 만나기도 합니다.

삐딱한 독자를 만나기도 하죠. 지금 이 글에도 "뭐야, 자기가 어른이니까 애들 가르치겠다는 말투는 안 오만한가?"이러는 독자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에요.

정말 답도 없이 나쁜 애들 다 빼고 보면,

남아있는 애들한테는,

당신이 영웅입니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싸구려 삼류 양산형 판타지 야설 작가일지도 모르지만,

그 아이들한테는 당신이 슈퍼맨이고, 셰익스피어고, 이영도고, 전민희고, 톨킨이고, 마틴이에요.

그 아이들은 당신한테 "작가님 같은 작가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라고요.

그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누구보다도 저부터 그래야겠죠.

 

 

그리고 소녀는 대원수가 되었다

하굣길에 우연히 마주친 소녀는, 암살 시도를 피해 도망친 국가원수 미리안이었다. 소년 주견하는 도와 달라며 내민 소녀의 손을 잡았지만, 음모에 휘말리며 부모를 잃고, 복수를 위해 전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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