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좀 정리해보려고 몇 마디 적는다.
지난 주에 244화~247화 원고의 교정고와 함께,
<보다 균형잡힌 시선이 필요하다>
<늘어지는 느낌이 든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일단 256화 이후의 집필은 중단하고 244화~247화의 수정에 집중하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 거다. 주말 내내 이 문제에 몰두해 있었지만 도저히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여자친구에게 조언을 구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여자친구는 현재 웹툰 작가 지망생으로, 나도 종종 스토리에 있어 조언을 해주곤 한다.
여자친구는 245화에서 '균형'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주었다. 이는 표현 방법을 바꾸거나, 다른 시점을 추가 투입하면 해결될 것 같다. 어쨌든 여자친구 덕분에 문제의 '범위'를 좁히고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늘어지는> 문제에 있어서도 훌륭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244~247화는 크게 두 가지 에피소드로 나뉘는데, 독자들은(조언을 위해 244화부터 247화까지 연속으로 읽는 자신과 달리) 현재 '격일'로 읽고 있는 만큼, "아직도 이 이야기가 안 끝났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내 생각에는 상당히 인상깊고, 압축적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첫 번째 에피소드인데, 다소 지루한 대화가 오가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전에도 이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기 때문에 대충 해결의 청사진을 잡아볼 수 있었다.
그 에피소드 혹은 장면을 둘이나 그 이상으로 나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다른 에피소드를 교차 편집한다. 이렇게 하면 대화가 오가는 중에 '사건'도 진행되고 있는 느낌을 준다. 그 느낌이 곧 속도감으로 연결된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새로 집어넣을 '에피소드'를 짜내야 한다는 것.
도저히 이것이 떠오르지 않아 계속 고민했다가, 바로 몇 분 전에 답을 구했다.
이 문제는 장편이기 때문에 겪는 문제이고, 따라서 장편에서 행할 수 있는 기법들이 곧 해결책이 된다.
장편은 많은 인물과 방대한 세계관 설정이 작가를 힘들게도 하지만, 동시에 이것이 장편의 무기가 된다.
예전에 여자친구가 이야기를 만들다 막혔을 때, 나는 콘티를 죽 읽어보고 이런 조언을 한 적이 있다.
"등장인물A는 지금 놀고 있네? 기껏 등장시켰는데 왜 하는 일이 없어? 이 녀석 데려다 일 시켜."
그랬는데 정작 내가 같은 문제를 겪고 있었다. 그렇다. 남의 작품에 조언을 해주는 것은 쉽지만, 내 작품의 문제는 제대로 파악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법이다.
나는 놀고 있던 인물을 찾아냈고, 그 인물에게 일을 시키기로 했다. 어떤 일을 시켜야 할까?
'놀고 있는' 캐릭터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막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한 가지 방법이라면, 이는 캐릭터 뿐만 아니라 다른 요소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세계관이 그렇다.
<그리고 소녀는 대원수가 되었다>는 대체역사 설정으로도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 외에도 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판타지 세계관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성리학과 이기론에 기초한 판타지 설정 말이다. 얘는 그 챕터에서 대체역사와 정치적 상황에 가려져 놀고 있었다. 데려다 일을 시켜야 하는 것이다.
특히 이 판타지 요소는 '액션'을 만들기에 아주 좋다. 대화 장면 사이에 '액션'을 삽입한다.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에 활력을 불어넣는 아주 좋은 시도다.
이렇게 아이디어를 죽 떠올리고 보니, 소설을 써보겠다고 이것저것 작법서를 읽을 때 <시나리오 이렇게 쓰지 마라>에서 읽었던 조언이 생각났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뒤에 풀지 말고 당장 하라던 조언.
나는 장편을 쓰는 동안 나 자신도 모르게 초보적인 실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흥미로운 인물, 흥미로운 요소, 흥미로운 복선 등을 '나중에' 하겠다고 미루어 놓았다. 지금 해야 하는데 말이다.
자, 이렇게 막힌 부분을 뚫을 구체적인 방법의 '윤곽'이 잡혔다.
이제 키보드를 두들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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