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생일선물로 사달라고 조른 건 <비잔틴 신학>.
나는 무신론자라 신과 영혼이란 어떤 원시인이 상상해낸 것이고, 따라서 신도 영혼도 없으며, 결국 종교란 아무리 정교한 말로 치장해도 사기의 영역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수천년 간 하나의 관습으로 자리해왔다면 그 사고방식을 들여다 볼 필요는 있다. 작가로서 인간의 행동양상을 그려내려면 인간이 어떤 상상력을 발휘했는지 탐구해야 하니까.
전에 사 두었던 <로마와 그리스도교>나, <비잔틴 제국의 신앙>을 다 읽고 나면 이 책을 본격적으로 읽어볼까 한다. 그렇게 해서 차차기작의 기반으로 삼아야지.
다만 한가지 경계해야 할 게 있다면, 종종 '종교'에 대한(그것이 현존하는 종교든 아니든) 편견을 깨겠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보이는 균형 상실일 것이다. 어떤 종교나 신앙 행위를 존중하는 것과, 신이나 기타 신비한 뭔가가 실재한다고 믿고 그걸 전제로 종교 및 신앙을 옹호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임에도, 둘을 같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 후자의 경우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불신자에 대한 오만'에 빠져든다. 신앙하지 않는 것을 '무시당한다'고 느끼는 사람이 이런 부류에 속한다. 실상 오만한 쪽은 바로 신앙하는 사람인데도.
아직까지 착각을 범했다가 이 함정에서 벗어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나는 어떤 면에서는 무신론자가 아닌 사람도 무신론적 사고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혹은 내가 좋아하는 것에 아무런 감정도 품고 있지 않은 것처럼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그래야 비로소 존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늘 강조해온 것이지만 존중은 동시적, 양방향적이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은 냉정하게 평가하길 바라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냉정한 시선으로 평가받는 걸 편견, 핍박이라 일축한다면, 그만한 오만이 또 어디 있겠는가. 실상 그 사람은 대단히 이기적인 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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