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드라마 <신들의 만찬>에서 스페인 '대통령'의 국빈만찬을 준비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입헌군주국인 스페인에 대통령이라니?"라며 상당히 의아해 했었는데, 젤렌스키 대통령 트위터를 번역하면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았다.
우리는 모두 '총리'로 번역하지만, 영국은 Prime Minister, 독일은 Chancellor인 식으로 표기가 다르다.
번역을 하다보니 보통은 저 두 표현을 주로 접하게 되는데, 스페인은 좀 특이하다. 총리를 President of Government로 표기한다.
Head of Government (정부수반)이라는 표현을 접해본 적이 있다면 저 President를 대통령으로 번역하지 않고 수반으로 번역하는 편이 자연스러우며, 따라서 입헌군주국에서 정부수반에 해당하는 총리로 번역하는 게 맞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지만...
<신들의 만찬>의 작가는 President를 그대로 대통령으로 받아들이면서, '스페인 대통령 국빈만찬'을 준비하는 촌극을 빚었던 게 아닌가 싶다.
사실 "Head of Government (정부수반)"이라는 표현은 일반적으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표현이기도 하고, 뭐, 하츠 오브 아이언 같은 게임을 한다고 해서 알 수 있는 표현도 아니다.
예를 들자면 하츠 오브 아이언4에서는 정부수반/국가원수(Head of Nation)를 따로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이것만 플레이해서는 알 수가 없다.
이걸 구분된 걸 보려면 이제는 고전이 된 하츠 오브 아이언2를 해봐야 한다.
소련의 경우 초반에 정부수반/국가원수 자리에 각각 스탈린/칼리닌이 들어가 있고,
일본, 영국 등은 당시 총리/당시 군주가 들어가 있는 식이다.
중화민국도 장제스/린썬 으로 되어 있고.
아무래도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정부도 이끄는 우리나라 같은 체제에서는 생소한 개념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글로 먹고 살겠다는 작가라면 이런 부분까지도 공부하는 게 권장되어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스페인이 다른 나라들과 달리 총리를 President of Government 로 표현하는 이유는 아마도 파시스트 프랑코 정권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보지만... 확실하진 않다. 프랑코의 파시스트 정권은 입헌군주정으로 '연착륙'을 했다는 로버트 팩스턴(『파시즘 : 열정과 광기의 정치 혁명』)의 표현대로, 어쩌면 이 President of Government는 군주를 다시 세우고 나서도 '카우디요'의 흔적이 남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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