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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창작 노하우 공유

대체역사 장르와 다른 장르의 융합에 대한 몇 가지 생각

by 루모로마노 2023.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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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글은 독자, 특히 대체역사소설의 마니아층이 아니라, 복합장르적 성격의 웹소설을 써보고자 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한 글임을 밝혀둡니다. 즉, 이 글은 대체역사 애호가 분들의 만족감보다는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작가 위주로 작성되었습니다.

1. 『그리고 소녀는 대원수가 되었다』는 나에게 무엇을 남겨주었을까?

돈은 아닙니다. 『삼국지 군벌가 둘째아들』의 수익이 좀 괜찮게 나오니까 밝히는 거지만, 『그리고 소녀는 대원수가 되었다』는 가장 수익이 적게 나올 때 ‘한 달’에 3만 원 벌었습니다. 네. 확실히 밝히지요. 『소녀 대원수』가 30개월 동안 저에게 벌어다 준 돈은 500만 원 조금 넘습니다.

『그리고 소녀는 대원수가 되었다』(이하 『소녀 대원수』)가 저에게 남긴 건 물질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것이 더 크다고 봐야겠죠.

ㄱ. 수익이 저따위로 나오면서도 2년 반, 쓰리잡을 뛰어가면서 541화까지 완결 지은 끈기. -코로나로 쓰러졌던 2주 정도 말고는 휴재도 안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끈기가 지금 『삼국지 군벌가 둘째아들』 매일 연재의 힘이 되어주었죠.

. 마음의 빚을 갚다.

-『소녀 대원수』는 어렸을 때 시드노벨 라이트노벨 공모전에 냈다가 탈락했던 프로토타입을 개작한 것이고, 그런만큼 2000년대 초 서브컬쳐에 대한 제 애정과 존경을 한껏 담아낸 작품입니다. 저는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 날부터 ‘쓰고 싶었던 것들’을 『소녀 대원수』 안에 거의 다 쏟아냈는데, 덕분에 마음 하나는 오래 미뤄두었던 숙제를 끝낸 것처럼 후련합니다.

하지만 다시는 이런 작품을 쓰진 않을 겁니다.

. 어떻게 해야 망하는지, 어떻게 해야 흥하는지 알 것 같다.

-뒤에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소녀 대원수』는 일단 제목부터 불합격입니다. 웹소설 작가로 막 데뷔한 때에는 몰랐지만 지금이라면 제목 이렇게 안 지을 겁니다. 플랫폼에 넣을 때도 장르를 ‘현대 판타지’로 분류하겠다는 말에 순순히 따르진 않았겠죠. 소개글도 저따위로 쓰진 않았을 테고. 문장이나 구성도 더 속도감 있게 했을 거고요.

-『삼국지 군벌가 둘째아들』은 제목부터 『소녀 대원수』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소개글도 딱 한 줄, 한 문장이에요. 소재부터 이야기의 진행 방식, 문체까지 『소녀 대원수』와는 완전히 다르죠. 저는 솔직히, 제 몸의 뼈를 전부 뜯어내 다른 것으로 교체하는 기분으로, 제가 『소녀 대원수』의 장점이라고 칭찬받았던 것을 전부 뒤엎는 방식으로 작업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어떤 분들은 저한테 실망했다고도 하시더군요.

그런데 그분들이 실망해야, 제가 돈을 더 잘 벌 수 있다는 게 『삼국지 군벌가 둘째아들』이 매일 올리는 수익을 보면서 점점 더 확실해지고 있습니다.

2. 대체역사 장르와 다른 장르의 융합 실험에 대해

ㄱ. 돈을 벌고 싶다면 하지 않는 걸 권합니다. 저는 성리학을 비롯한 동양 철학이나 인도 및 페르시아 신화, 불교, 크리스트교 등에서 영감을 얻은 독특한 판타지 세계관을 구축했고 그걸로 칭찬도 꽤 받았습니다만, 그뿐입니다. 판타지 요소는 회귀나 빙의 정도에서 끝내고 대체역사소설의 일반적인 흐름을 따르는 게 ‘생계’를 유지하기엔 더 좋습니다.

바로 올해 1, 2월에 겪은 일입니다만, 몇몇 분들이 바뀐 제 작풍을 보고 실망했다든가 전개가 마음에 안 든다든가, 『소녀 대원수』 때는 안 그러더니 『삼국지 군벌가 둘째아들』은 왜 이렇게 주인공 중심이냐…… 라고들 하셨는데. 참 유감스럽게도 이분들은 『삼국지 군벌가 둘째아들』이 유료화되니 사라지셨습니다. 그런데 작품 수익은 『소녀 대원수』보다 월등히 많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마니악한 옛 시절로 돌아가라는 목소리’는 안타깝게도…… 제 생존과는 그렇게 큰 관련이 없다는 겁니다. 저를 살게 하는 사람들은 ‘대중’이지요.

조회수만 비교해봐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소녀 대원수』의 30개월 간 조회수는 48만 2천회입니다. 반면에 『삼국지 군벌가 둘째아들』의 ‘3개월’ 간 조회수가 49만 4천회입니다.

여전히 저의 바뀐 작풍에 대한 불만 표출을 멈추지 않으시는 분들은, 그 ‘바뀐 부분’ 때문에 다른 대체역사 작품에 비해 매출이 안 나온다고 하시지만, 절대로 아닙니다. ‘바뀐 부분’은 지금의 수익이라도 가능하도록 ‘발전한’ 부분입니다. 더 큰 수익을 가로막는 부분은 따로 있는데, 저는 이미 그게 뭔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다음 작품은 그걸 고쳐서 낼 겁니다. 그리고 더 큰 수익을 거두겠죠.

그런데 그 부분이 『소녀 대원수』에 있던 장점은 절대로 아닙니다.

ㄴ. 판타지+대체역사를 써 본 경험자로서, 그래도 굳이 복합장르적인 글을 쓰고 싶으시다면 몇 가지 조언을 해드릴 수 있겠습니다.

-회귀, 빙의, 환생 같은 요소는 꼭 넣으십시오. 이 세 요소가 안 먹힐 날이 올 확률은 희박합니다. 사람의 삶은 유한하고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지나간 시간과 잘못된 선택을 후회합니다. 이것을 만회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 독자를 몰입시키는 요소가 회귀, 빙의, 환생입니다.

회빙환의 힘이 언제 약해지냐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다시 15~20%정도가 되면서 ‘사람들이 딱히 후회할 일이 없을 때, 매일매일이 잘살고 있고 뿌듯하다고 생각될 때’ 그렇게 될 겁니다.

-위 조언의 연장선인데, ‘바뀐 이후의 역사’를 쓰지 마십시오. 대중은 ‘주인공이’, ‘역사를 바꿔나가는 과정’을 보고 싶어 합니다. 『비잔티움의 첩자』, 『쌀과 소금의 시대』, 『당신들의 조국』 같은 건 잊어버리세요. 그런 게 쓰고 싶다면 2부나 3부, 외전 형태로 쓰십시오.

-장르나 키워드에서 ‘대체역사’는 빼십시오. 독자들이 실제 역사의 사건이나 이름을 보고 ‘이거 대체역사?’라고 물어도 판타지라고만 대답하십시오. 철저하게. 그게 싫으면 내용에서 판타지 요소는 회빙환 말고는 전부 빼고 '대중이 원하는 대체역사물'을 쓰십시오. 둘 중 하나만 하십시오.

-역사 속 유명인이 등장하게 하십시오. 물론 판타지+대체역사를 쓰고 있기 때문에 독자의 물음에는 계속 판타지라고만 대답하십시오. 쓰는 작가 본인도 그렇게 굳게 믿어야 합니다. 하지만 독자는 실존 인물들이 빚어내는 ‘케미’를 즐길 겁니다.

-유명인을 선정할 때, ‘나를 비롯한 주변의 역사 동호인들만 아는’ 그런 유명인을 고르지 마십시오. 그건 유명한 사람이 아닙니다. 당신이 아는 것은 전혀 당연하지 않으며, 보통은 모르는 게 정상입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인물이나 소재를 ‘전혀 모르는 사람 기준’으로 유명인을 다시 선정하십시오.

3. 예시. 그렇다면 『소녀 대원수』는 어떻게 썼어야 했을까?

. 먼저 프리퀄에 해당하는 작품을 쓰고, 그 뒤에 2부로 썼어야 합니다. 아, 1부에 나온 사람들을 적극 활용해서요.

ㄴ. 제목이라도 좀 바꿔보자면, 『그리고 소녀는 대원수가 되었다』가 아니라 『대원수를 주웠다』가 그나마 낫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같은 쓸데없는 장식은 빼버리고요. 아마 수익이 두 배는 더 나왔겠죠.

-소개들도 주절주절 문제인데, 더 큰 문제는 소개글에 ‘대체역사 판타자’라고 박아두었다는 겁니다. 다 빼버리고, ‘우연히 만난 소녀가 국가원수였다’라고 한 줄만 남길 겁니다. 수익이 두 배는 더 뛰었을 겁니다.

-당연히 이런 변화에 맞춰 내용 전개도 바꿨겠죠. 길면 수십 화씩 전개되는 빌드업? 두뇌 싸움? 전부 축약할 겁니다. 그러면 ‘개연성이 부족하다’면서 하차하는 독자분도 있겠지만, 전개가 빠르다면서 ‘승차’하는 독자가 그 100배는 되겠죠. 게다가 ‘1부가 이미 있었다면’ 설명도 더 줄일 수 있었을 걸요.

ㄴ. 『소녀 대원수』의 성적이 처참하기 때문에, 작품에서 한 번 나왔던 프리퀄 예고편 ‘작제건 에피소드’ 등이 반영된 후삼국 시대물은 나올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하지만 만약 좋은 기회가 와서 쓰게 된다면…….

-왕건, 궁예, 견훤, 대인선 등 실존 인물이 대거 등장, 이들의 케미를 최대한 뽑아내서 독자의 호응을 유도.

-단, 장르나 키워드에서는 ‘대체역사’를 뺄 것. ‘판타지’로만 가서 독자의 유입을 늘릴 것. 아니면 ‘무협’ 장르라고 우기든지. 그러니까 웬만하면, 판타지 요소는 회빙환만 있는 '순수한(?) 대체역사물, 바뀐 이후의 역사가 아니라 주인공 주도로 바뀌어가는 역사를 다루는 대체역사물'을 쓰세요.

-제목과 소개글은 위에서 말한 원칙을 반영.

당장 떠오르는 건 아마 이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4. 『삼국지 군벌가 둘째아들』, 안정적인 터다지기.

회빙환을 넣고, ‘삼국지’라는 키워드를 넣고, 소개글은 한 줄로 줄여버리고, ‘유명한’ 사람들을 등장시켜서 그 케미로 흥미를 끈다.

위의 깨달음을 철저히 반영해서, 『소녀 대원수』 때는 상상만 할 수 있었던 매출을 올리는 중입니다.

이번 작품은 ‘삼국지’라는 매우 안정적인 소재를 통해 깨달음을 실험하는 장입니다. 아마 완결 후 거둘 수 있는 수익도 더 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소녀 대원수』는 뭐…… 완결하면 그래도 쏠쏠한 수익이 있다더니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2월 내내 조회수가 변하질 않아요. 아마 만원도 안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보완해야 할 부분 몇 가지를 뽑아내고 있는데, 이렇게 보완된 공식을 좀 더 도발적인 소재를 쓸 다음 작품에 적용해보겠습니다.

결과가 나오고 또 배우는 게 있다면 '창작 노하우' 란에 올려보도록 할게요.

 

 

 

 

삼국지 군벌가 둘째아들

루모로마노 - 삼국지의 촉한 황제 유선에 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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