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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

나폴레옹 관람 후기

by 루모로마노 2023.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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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어머니와 함께 영화 '나폴레옹'을 보고 왔다.

나폴레옹을 혁명 정신의 화신이라거나, 불세출의 전쟁 영웅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엄청나게 싫어할만한 영화다.

물론 반대로 '그토록 강대한 권력을 쥔 자의 가장 약한 면모'라는 측면, 요컨대 영웅이 아닌 인간을 보고 싶어 극장을 찾은 사람이라면 극찬할만한 영화다. 나는 후자다. 5점 만점에 5점.

리들리 스콧 감독의 지난 영화 중 '라스트 듀얼'에서 적절한 순간에 '장'을 나누며 숨돌릴 틈을 주는 연출 방식을 보고 무척 감탄한 적이 있다. 긴박한 장면들이 지난 뒤에 한 번 숨을 들이키거나 내쉬고, 또 다른 긴박함으로 넘어가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 나가는 연출에서 나는 한계를 모르는 거장의 솜씨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영화 '나폴레옹'에서 감독의 연출은 더욱 절정에 이르렀다. 전투의 호흡과 분위기, 거기서 느낄 수 있는 나폴레옹의 천재성과 야망 등을 딱 필요한 만큼만 살려냈다. 그것을 그의 생애 중요한 국면들로 삼아, 각 국면을 연결하여 그가 막 출세를 위해 발을 내딛었을 때부터 유배지에서 죽을 때까지를 세 시간짜리 영화 속에 담아냈다.

장면 장면마다 힘을 줄 때는 제대로 주고, 또 힘을 뺄 때는 제대로 빼며, 전체 서사에서 불필요한 부분은 (이를테면 원수들이나 여동생들의 배신 등) 과감하게 들어내 관객의 머리에 '깊은 인상을 새긴다'는 방식은 확실히 웹소설 작가로서 배울만한 부분이었다.

혹자는 영화가 너무 끊어진다고 불평하고, 또 혹자는 전투 장면을 더 길게 담아내지 않아 아쉽다고 불평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감상할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전자는 영화가 나폴레옹 인생의 중요한 국면을 몽타주로 엮는 방식이 아니라 좀 더 세밀하게, 이어지도록 다루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듯한데, 그건 시즌제 드라마의 방식이지 영화의 방식은 아니다. 그렇게 했다면 정말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지루해졌을 것이다. 간혹 웹소설에서도 그런 방식으로 전개하는 작품이 보이곤 하는데, 소재 자체를 아주 특이하게 잡지 않은 이상은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워털루'와 같은 방식을 기대한 듯한데, 그 기대 속에 이미 답이 있다. '워털루'가 한 것을 왜 '나폴레옹'도 해야 하는가? 애초에 워털루 전투를 중심으로 잡은 영화 '워털루'와 리들리 스콧의 '나폴레옹'은 주제가 다르다. '나폴레옹'은 나폴레옹의 영광과 몰락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에서 워털루 전투는 최후의 장엄한 전쟁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몰락을 예감한 남자의 체념으로 그려진다.

작중 나폴레옹의 첫 전투인 툴롱 전투부터 영화 마지막 나폴레옹의 죽음까지, 잘 들어보면 나폴레옹의 '호흡'이 아주 중요한 요소로 쓰임을 알 수 있다. 나는 이 호흡을 잡아내서 (그걸 해낸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도 대단하다) 한 사내의 일생을 압축해낸 감독의 솜씨가 정말 놀랍다고 생각한다.

다른 분들도 많이 칭찬한 부분인, 마치 명화를 그대로 옮겨 놓은 대관식 등 각 장면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역시 리들리 스콧이라는 말로 넘어가려 한다. 이미 다른 분들이 많이 이야기하셨으니, 나는 다른 관점에서 다른 부분의 칭찬만 남기고 글을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

 

 

 

 

삼국지 군벌가 둘째아들

삼국지의 촉한 황제 유선에 빙의했다.* 일부 회차에는 작가님이 직접 작성하신 지도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page.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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