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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관람후기

by 루모로마노 2022.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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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호러 영화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 이 작품이 얼마나 많은 고전적 기법을 사용하고 오마주를 바쳤는지를 논할 수는 없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원작 코믹스에 대한 지식도 거의 없어 이러한 방향에서는 영화 감상을 이야기할 수 없을 듯합니다.

그러니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만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욕심입니다만 원제를 그대로 살려서 <광기의 멀티버스>로 번역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미 몇 년 전에 읽은 소설입니다만, 러브크래프트의 「광기의 산맥」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저는 그 작품을 염두에 두고 이번 영화를 감상하면서 굉장히 흥미롭게 관람했기 때문입니다. 남극에 있는 가상의 해발 1만 미터 산맥, 그 안에 감춰진 미지의, 그렇기에 공포스러운 존재들, 인간의 인식으로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과 귀환한 뒤에도 정신에 깊게 남은 흉터.

이 구성이 놀랍도록 <대혼돈의 멀티버스>와 닮았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미지의 멀티버스를 헤매며 공포스러운 존재의 추격을 받고, 마법사마저도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며 귀환한 뒤에도 깊은 흉터를 간직하고 살아가야 합니다.

굳이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불길함' 이라고나 할까요? 이 불길함이 영화 내내 따라붙으면서 지금껏 MCU에서는 맛보기 어려웠던 신선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듯합니다.

불길함의 또다른 한 축은 스칼렛 위치, 완다 막시모프입니다. 저는 그녀가 다른 우주의 히어로들과 맞서는 장면에서 악의 압도적인 힘을 어떻게 '악의 카리스마'나 '좌절감'으로 흘러가게 하지 않고 '공포'로 몰아넣는지를 보았습니다. 이는 타노스와는 또다른 종류의 감각이라, 이토록 많은 영화에서 계속 악역을 만들어내면서도 이야기가 복제되지 않고 '닮았지만 약간 다른, 그래서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는지 계속 감탄했습니다.

또 하나 감탄한 부분은 스칼렛 위치와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저는 약간 반골 기질이 있는 건지, 신파나 가족주의를 식상하다며 싫어하는 경향을 '오히려 유행처럼 폼잡으며 싫어하는 것 같아서 싫어합니다'. 통하는 기법에는 통하는 이유가 있으며, 특히 대중과는 다른 뭔가를 이야기해야 하는 평론가가 아니라 창작자를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배워야 할 요소가 있다고 봅니다. 창작자가 창작물을 보고 공부할 때는, 물론 평론가의 이야기를 참고하는 것도 좋지만, 평론가의 관점을 따라가려 들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오류는 배워야 할 것이 보이지 않게, 창작자의 눈을 가려버립니다.

10대 떄 재미있게 본 만화 중에 <샤먼킹>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의 인기 요인이 영혼들의 원념을 어떻게 풀어나가는가에 있다고 봅니다. 아무리 압도적인 적을 만나도 그들의 '마음'에 호소하는 방식이었죠. 그리고 그게 감동적인 서사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 만화는 샤먼들의 무력巫力을 숫자로 환산하여, 최종보스는 128만을 가졌느니 주인공은 20만이니 하다가 파워배틀 토너먼트가 되어버렸을 때 인기를 잃고 추락합니다. 서사를 지녔던 영혼들은 그저 싸움의 도구가 됩니다. 주인공을 돕던 사무라이의 영혼이 그저 주인공의 빔소드가 되어버린 게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죠.

스칼렛 위치, 완다 막시모프의 이야기는 <샤먼킹>이 한창 인기 있을 때의 방식과 비슷하게 막을 내렸습니다. 저는 이런 식으로 가족을, 어머니의 모성을, 신파를(아마 신파라는 용어는 요즘 남용되는 것과 달리 대부분의 용례에선 적절한 표현이 아니겠습니다만, 어쨌든 편의상) 드러내는 이야기를 아주 좋아합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풀어나는 이야기도 좋아합니다만, 아무래도 '늘 해왔고 또 늘 통하는' 방식의 매력은 놓을 수가 없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디즈니 플러스의 드라마 <완다 비전>을 모르는 관객에겐 아무래도 힘든 이야기였다는 겁니다. 저는 유튜브를 통해 <완다 비전>의 리뷰를 몇 차례 접하고 관람했지만 그래도 약간 따라가기 힘들었습니다. 나중에 디즈니 플러스를 잠깐 구독하면서 <완다 비전>뿐만 아니라 <로키>까지 함께 정주행 해볼까 합니다.(만약 이게 저에게 디즈니 플러스 구독을 유혹하는 디즈니의 수법이었다면, 성공적이라고 봐야겠지요 ㅎㅎ)

여자친구도 '다른 사람은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나는 재미있었다'고 평했는데, 이처럼 데이트 영화로도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소녀는 대원수가 되었다

하굣길에 우연히 마주친 소녀는, 암살 시도를 피해 도망친 국가원수 미리안이었다. 소년 주견하는 도와 달라며 내민 소녀의 손을 잡았지만, 음모에 휘말리며 부모를 잃고, 복수를 위해 전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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