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이야기를 정말 좋아해서, 페이트 시리즈도 '지킬'이 나오기 때문에 시작했다.
이 지킬 캐릭터의 성우가 미야노 마모루인데, 같은 작품에서 '베디비어'의 성우도 맡았다.
그래서 여자친구는 온갖 악평에도 불구하고, 성우에 대한 팬심 하나로 이 영화를 보자고 했다.
나는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을 본 직후라 반신반의했지만, 그래도 이 영화를 데이트 영화로 골랐다.
그리고... 우리 둘 다 극대노해서 영화관을 나왔다.
영화를 보고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 건 <트랜스포머5> 이후 정말 오랜만이었다.
당신의 돈은 소중합니다. 절대로 이 영화를 보지 않기를 권합니다.
작화... 가만히 있는 장면에서는 꽤 괜찮은 부분도 보였지만 캐릭터가 좌우로 움직인다든가, 조금이라도 원거리에서 캐릭터를 잡을 때에는 가차없이 무너져내렸다.
마슈와 니토크리스의 목욕씬이 들어간 것에 대해 비판하신 분들도 많은데, 나는 뭐 잘 그려졌으니 괜찮다고 생각한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그게 아니니까. 원작을 각색한 영화에서 오리지널 장면이 들어갈 수도 있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고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극장에 가서 다시 볼 이유가 없으니까.
삼장의 가슴이나 허벅지를 강조하는 것도, 뭐 예쁘니까 괜찮다고 생각한다. 정말 큰 문제는 그게 아니다.
정말 큰 문제는... 이야기가 모두 '토막'나 있다는 점이다.
혹시 이 극장판 애니메이션... 원래는 4부작이나 6부작(<공의 경계> 극장판처럼)으로 기획되어 있던 건데, 다 잘라내고 이렇게 만든 건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인상 깊은 장면들을 따로따로 제작한 다음, 그냥 끼워맞추기를 해서 만든 영화 같다.
이야기의 '흐름'이 느껴지는 게 아니다. 그냥 포트폴리오를 보는 것 같다. 이야기가 하나도 이어지지 않는다.
오리지널 장면이 나오면 좀 어떤가. 성적인 장면이 나오면 좀 어떤가. 그게 앞뒤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재미있게 볼 수 있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냥... 다 따로 논다.
삼장이 "제자가 알려줬으니까"라는 대사를 하는 부분은 페이트/그랜드 오더 게임 중 <별의 삼장, 천축에 가다> 이벤트를 의식하고 만든 것 같은데...
혹시 이 애니메이션은 그저 가벼운 하나의 시도로, 이런 것도 있다는 식으로, 페이트 시리즈의 이름만 빌려서 돈좀 모아보자는 듯이 만들어진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 부분이었다.
나는 아무리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해도, 그 자체로 하나의 가치 있는 작품이 되어야만 한다고 본다. 원작의 인기에만 기대는 게 아니라, 원작을 몰라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만큼, 철저히 제로부터, 제대로 쌓아올린 작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그런 작품이었다. 이 걸작을 보고 난 직후여서인지 자꾸만 비교가 되었다.
궁전과 쓰레기장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둘의 향기와 악취가 더 잘 비교되는 법이니까.
나는 처음으로 여자친구에게 데이트 중에 "돈이 아깝다"는 말을 했다.
나는 처음으로 여자친구에게 "후속작도 평가가 좋지 않으면, 나는 네가 이 영화를 보러가자고 해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그 정도의 영화다.
앞으로는 절대로... 이따위 작품은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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