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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검열의 옹호자들에게

by 루모로마노 2021.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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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의 일입니다. 어느 페미니스트 교수의 강의를 들을 일이 있었는데, 문학에서 드러나는 "어머니와 아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 교수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들들이 어머니의 희생에 흘리는 눈물은, 여성들에게 모성애를 강요한다"고.

당시에도 무척 의아하게 생각했던 말입니다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과연 그런 사람을 교수로 불러도 좋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 교수의 이어지는 말은 이러했습니다. "아들들이 여성을 희생적 어머니로 형상화하기 때문에, 다른 여성들에게도 자기 어머니처럼 희생적인 면모를 보이길 원한다"고요.

그러나 사람 껍데기를 뒤집어쓴 짐승이 아닌 이상, 그 어떤 아들도, 그 어떤 남성도 어머니의 희생을 "아름다운 것"으로 미화하고 여성들에게 "열녀비"를 세우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 어머니가 겪었던 희생을 여기서 끊고, 다음 세대만큼은 그런 희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자고 결심하게 됩니다. 중장년층에 페미니즘에 공감하는 남성이 많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교수는 또 이런 말도 했습니다. "아들이 어머니를 애틋하게 생각하는 것과, 딸이 친정엄마를 생각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요.

충분히 그런 말을 할 수도 있고, 또 두 감정이 완전히 같진 않겠습니다만, 그러나 이 말은 오늘날 페미니즘이 이토록 배척 당하게 된 원인을 압축하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누구나 사람의 자식으로 태어납니다.

개개인이 처한 조건과 성향에 따라 모든 감정이 일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감정들 속에서도 분명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습니다. 어머니를, 혹은 아버지를 생각하는 자식의 마음도 그럴 것입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과, 딸이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에는 분명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그 어떤 남성도 "딸이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은 가짜"라 주장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어떤 남성도 "딸이 아버지를 사랑하는 건 남성들에게 자기네 아버지와 같은 희생을 강요한다"고 주장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주장은 합리적 결론이 아니라, "추잡한 상상력"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식의 망상 말입니다.

차이를 엄밀히 구분하는 노력은 분명 중요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공통분모"를 찾고 우리 모두가 '사람'임을 재발견 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차이를 발견했을 때 그 차이에 "자신의 추잡한 상상력"을 덧붙여 섣불리 우열을 가리려 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의 페미니즘은 불행히도 그러했습니다. 나는 그것이 지금 와서 폭발한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의 "업보"라 생각합니다.

저는 복수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보다도 화해와 평화를 원한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지성과 품격을 갖추려 노력하는 인간으로서, 페미니스트들이 해왔던 것과 똑같은 지경으로 떨어지고 싶진 않습니다.

제가 중국공산당의 독재를 부정적으로 평가해도, "모든 중국인은 죽어야 착해진다"고 주장하는 인간과는 상종도 하지 않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그런 주장이야말로 제가 혐오하는 공산당 독재식 발상이니까요.

그러나 업보를 청산하는 길은 일방적인 화해의 손짓에 있지 않습니다. 그 길, 업보를 청산하는 첫걸음은 더 이상의 업보 쌓기를 먼저 중단하는 것입니다.

전에도 계속 말씀드렸습니다만, 존중받고 싶다면 존중하시기 바랍니다.

제발 "남성이 성폭력에 분노하는 것은 자신이 먼저 그 여자를 차지하지 못해서"라는 당신들의 그 추잡한 상상력을 끼워넣지 마십시오. 우열, 서열이 아니면 인간 관계를 상상도 못하는 겁니까?

남성이 성폭력에 분노하는 것은, 바로 당신과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으로서, 사람답지 못한 일에 분노한 것"입니다. 이것이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 명백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이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사람을 그냥 사람으로 대하라는 건, 그리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지 않으니까요.

저는 '웬만하면' 모든 취향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BL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여기서 언급하지 않은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작품은 남성 중심으로 여성에 대한 성적 판타지를 나열한 빻은 작품"이라고 헛소리를 하고 다니면서 자기 취향이 존중받길 바라면 안됩니다.

그러니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존중받고 싶은 만큼 존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내 욕망을 존중받고 싶다면 남의 욕망을 존중하십시오.

결론을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 '우리'에 대해 이야기 해봅시다.

우리는 감각하는 존재고, 감각하는 모든 존재들 사이에서 우리 모두는 "대상"입니다. 서로의 대상이 되고 서로를 대상으로 삼는 것을, 우리는 "교류"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누군가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다는 건 모든 교류를 끊고 싶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로 가서 "꽃"이 되지 않는다면 한낱 "몸짓"일 뿐입니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러니까, 모르는 욕망에 대해서 자신의 "추잡한 상상력"을 굴리지 말고 가서 교류를 하십시오. 사람 대 사람으로서 "대화"를 하십시오.

그것이 당신의 취향을 존중받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그리고 소녀는 대원수가 되었다

하굣길에 우연히 마주친 소녀는, 암살 시도를 피해 도망친 국가원수 미리안이었다. 소년 주견하는 도와 달라며 내민 소녀의 손을 잡았지만, 음모에 휘말리며 부모를 잃고, 복수를 위해 전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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