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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정말 감사합니다

by 루모로마노 2021.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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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라고 적어두고 한참을 깜박이는 커서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떤 말을 더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가 지난 3월에 『그리고 소녀는 대원수가 되었다』로 얼마나 벌었는지, 출판사 홈페이지 작가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는 밝힐 수 없지만, 카카오페이지에 ‘기다리면 무료’ 첫 달 수익의 대략 다섯 배 정도가 들어왔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5월에 처음 카카오페이지에 들어가서, 7월에 ‘기다리면 무료’가 시작된 후 저는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다른 작가분들이 수백에서 천만 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두시는 걸 보며, 저도 제 글을 인정받고, 전업 작가로서의 길을 걷는다든가, 그간 사지 못했던 것들을 산다든가, 저축을 늘린다든가 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최저시급은커녕 아파트 관리비나 건강보험 등을 간신히 충당하는 액수를 보며 저는 많이 울었습니다. 이것이 현실의 벽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스스로를 칭찬할 게 하나 있다면, ‘처음 웹소설에 뛰어들 때’의 각오를 잊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소녀는 대원수가 되었다』는 조아라에서 선작 100, 문피아에서 선작 50 정도를 기록했던 작품입니다. 그렇게 50여 화를 쓸 즈음에서야 네이버 웹소설에서는 베스트리그에 올라가고, 북팔에서 출간제의가 오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그 무렵 저는 ‘단 한 명의 독자라도 읽으신다면, 조기 연재 종료 없이 끝까지 간다’는 각오를 했었습니다. 임용고시와 공시에서 각각 세 번씩 떨어지는 좌절을 맛보더라도, 그러면서 왕복으로 네 시간씩 걸리는 직장으로 출퇴근을 하더라도, 시외버스나 전철 안에서 메모장으로 한 줄 한 줄 입력해서 간신히 한 편 완성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로 연재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제가 고집이 세서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도 ‘읽어주는 독자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말로 ‘누구도 읽어주지 않는’ 소설이었다면 포기했을지도 모르니까요.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를 시작한 이후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계셨으니까, 계속 쓸 수 있었습니다. 세계적 역병 사태로 생업 수익의 78%가 날아가도(지원금 신청 사이트에서 정확하게 계산해주더군요), 과연 적지 않은 시간을 소설 쓰기에 보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 때마다, 저를 붙들어주신 건 독자분들의 클릭 하나, 페이지를 넘기는 손짓 하나 하나였습니다.

***

이번에 이렇게 올라간 수익을 보면서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모두가 아시는 것처럼 참 마이너한 작품입니다.

다들 마이너한 작품은 참패를 면할 수 없으리라고들 하십니다. 선배 작가님들도 그러하시고, 웹소설 관련 유튜버분들도 그렇게 말씀하시지요.

저는 그런 생각에 반발하며, 저만의 길을 걷겠다고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마이너한 작품으로도 괜찮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독자분들의 호응을 거둘 수 있다는 생각은, 저만의 고집으로는 옳다고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저의 알량한 자존심이나, 어쭙잖은 이론으로도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옳았다고 증명해주시는 건 바로 여러분이었습니다.

여러분께서 지난달 제 작품에서 써 주신 돈은, 전에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여러분의 피와 땀입니다.

그러나 그 의미는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돈은 한 작가가 옳은 길을 걸어왔다는 증명이며, 앞으로도 옳은 길을 걸어가라는 격려입니다.

더 나아가 저처럼 마이너한 작품을 시도하는 다른 모든 작가들에게 주시는 응원이며, 웹소설이 클리셰의 끝없는 복제로 서서히 말라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끝없이 저변이 확대될 것이라는 희망의 증거이기도 합니다.

***

또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는 처음에 디시인사이드 장르소설 갤러리와 대체역사 갤러리에 홍보글을 올릴지 말지 참 많이 망설였습니다.

작가는 독자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였죠.

그 생각을 깨주신 것도 바로 여러분입니다.

물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는 있어야 하고, 그것이 예의를 만듭니다만, 저는 너무 그 거리를 너무 멀리 잡았던 것입니다.

대중소설을 쓴다는 사람이 대중에게서 벗어나 고고하기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이번 일을 통해 뼈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글은 작가의 높은 머리에서 낮은 독자에게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작가와 독자가 함께하는 바다에서 흐르는 것이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진리를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이 그림에서 ‘독자’도 커다란 한 축을 형성하고 있음을 간과하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 비평 수업에서 ‘독자’ 문제는(아마 연구의 어려움 탓도 있겠습니다만) 그렇게 비중이 크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대학원에 다닐 때 국어교육 쪽에서 비슷한 문제를 다루긴 했습니다만 이 역시 어디까지나 ‘주어진 텍스트를 학생에게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의 문제, 혹은 그러한 텍스트를 읽고 ‘창작’해내는 수업 설계 등을 다루었을 뿐, 학생을 ‘주체적인 독자’로 설정하고 다루는 문제는 그리 활발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연구 현황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만, 제가 석사 논문을 쓸 때는 2000년대 초 인터넷 소설의 관점에서 다루었던 연구가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작년 5월 카카오페이지에서 첫발을 들여놓고 나서 1년간, 그리고 지난 한 달간, 독자 여러분이 주신 것은 제가 대학교 새내기부터 석사가 될 때까지 배웠던 그 모든 것들보다 훨씬 더 거대한 가르침이었습니다. 이제는 이 작은 두뇌로 마구 쏟아낸 이론들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작가 혼자서 쥐어 짜낸 이론들과, 독자분들과 함께 호흡하며 얻은 경험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격차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제가 웹소설 작가를 계속하는 한, 매일매일 더 많은 것들을 여러분과 함께 배우게 될 것입니다.

이 감사의 글은 제 블로그와, 가장 호응이 컸던 것으로 생각되는 디시인사이드 장르소설 갤러리, 대체역사 갤러리에 올라갈 예정입니다. 하지만 제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다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며 저의 작품을 언급하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도, 정말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항상 감사를 담아.

 

 

그리고 소녀는 대원수가 되었다

하굣길에 우연히 마주친 소녀는, 암살 시도를 피해 도망친 국가원수 미리안이었다. 소년 주견하는 도와 달라며 내민 소녀의 손을 잡았지만, 음모에 휘말리며 부모를 잃고, 복수를 위해 전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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