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그러니까 11월 2일, 더현대서울(탄핵 시위도 그렇고 데이트도 그렇고 여의도에 갈 일이 참 많았습니다.)에서 열리는 유코 히구치 특별전에 다녀왔습니다.
위 사진은 유코 히구치 특별전의 팸플릿과... 책갈피 비슷한 것.
매표소 바로 옆에 있는 사물함에 짐을 맡기고,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입구에서부터 고양이들이 반겨줍니다.
아니, 고양이 위에 탄 고양이는 실은 고양이가 아니라 고양이와 문어 같은 것이 결합된 생물로, 이름은 '구스타브'라고 합니다.
더 안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전시물들이 반겨줍니다. 세밀한 펜화... 고양이나 고양이와 문어가 결합한 구스타브 뿐만 아니라, 봉제인형 고양이, 개 그림 같은 것도 있습니다. 전부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묘한 느낌을 줍니다.
여기는 또 식물, 그리고 외눈박이 괴물 같은 게 있군요.
보면 볼수록 기묘하면서도... 어딘가 메탈 슬러그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문어를 마치 잠수정인 것마냥 탑승한 고양이부터, 어린 아이가 그린듯한, 어딘가 사자탈을 닮은 고양이까지.
그 오른쪽으로는 박쥐, 여우, 무당벌레, 늑대, 너구리 등 다양한 동물들이 유코 히구치의 독특한 화풍으로 그려져 있었습니다.
여기서는 또 소, 코끼리 등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유코 히구치의 그림에서 독특한 부분이 뭐냐면, 어류와 포유류, 혹은 양서류와 포유류, 동물과 식물 사이의 경계가 아무렇지도 않게 허물어진다는 겁니다.
당장 그림 한가운데의 고양이만 해도 어떻게 보면 몸은 나무 줄기, 꼬리는 나뭇가지 같죠.
그림뿐만 아니라 전시장 벽까지 기묘한 분위기를 내는 장치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자면 수풀 문양으로 장식된 벽지의 사이에 보이는 저 눈은 깜박거리기도 하는데, 마치 숲속의 동물들이 저를 지켜보는 것 같았죠.
이런 식으로 포스터 같은 느낌의 그림도 많습니다.
왼쪽은 소개해드렸던 구스타브나, 토끼와 문어, 버섯과 문어가 결합된 묘한 생물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 작은 소녀가 하나 있어, 약간 코스믹 호러스러운 느낌도 나는군요.
오른쪽은 나중에 따로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는데, 일본풍 뇌신과 풍신의 그림인 것 같습니다. 그걸 유코 히구치의 그림으로 풀어낸 거겠죠.
여기서도 그 기묘한 외계인 같은 생물과 구스타브가 나옵니다. 오른쪽 위로는 빨간모자 동화를 그린 걸까요?
또 왼쪽 아래에는 봉제 인형 고양이가 나오는데... 얘도 이름이 있는데 까먹었네요. 하여튼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냥 일러스트로만 있는 게 아니라, 따로 이야기책도 있답니다.
오른쪽 아래의 고양이는... 그냥 인상이지만 중앙아시아나 헝가리 귀족 같아서 멋있군요.
물개, 물범, 악어... 또 그 아래에는 거대한 고래의 심장을 놀이터 삼아 노는 구스타브들과 꽃의 얼굴을 한 외눈 생물들이 보입니다.
전시장의 벽지에도 그림들이 그려져 있어서, 이런 걸 감상하는 재미도 있더군요.
펭귄을 비롯해서 어딘가의 표지일 것 같은 작품들은 실제로 표지입니다. 영화나 소설 등의 매체에서 콜라보 작업 등을 한 듯합니다.
여자친구가 평하기를
"외주 작업물은 자기를 억제하고 깔끔한 것 봐."
라고 해서 엄청 웃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모스버거와의 콜라보도 있군요. 나름 맛있는 햄버거 프랜차이즈인데 말이죠.
이 작업물들은 디즈니와의 콜라보인듯 합니다.
여기는 로손(일본 편의점)과의 콜라보 작품들.
이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생각이 나진 않지만 청록색 벽과 붉은 작품들의 색 조합이 좋았던 부분으로 기억합니다.
전시실은 대략 이런 분위기인데
벽에 설치된 전등까지 예뻐서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 사진 한 장을 남겨두었지요.
그 왼쪽으로 보이는 작품 중에서는, 참으로 익숙한 '스즈메의 문단속' 콜라보도 보입니다. 다이진이 유코 히구치의 화풍으로 다시 그려진 게 참 인상적이죠.
스트레인저 싱즈라고 적혀 있는데, 미국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입니다.
데모고르곤(위)과 노는 구스타브들, 새끼 데모도그를 귀엽게(?) 그린 아래 그림... 재미있습니다.
토끼나 고양이가 사슴이나 산양과 조화된 그림들... 어찌 보면 마치 샤머니즘적 상상력이지 않습니까?
그 외에도 키스 해링(미국의 미술가) 전시회의 홍보 작품을 그리기도 했답니다. 어떤 작가의 작품이 또 다른 작가의 작품으로 재해석되는 건 늘 흥미로운 작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굉장히 많은 색을 미묘한 차이에 따라 배치하여, 그 색으로 다양한 생물들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하나하나 세밀하게 그려낸 이 작업에서 유코 히구치의... 인내심, 열정, 그런 것들을 읽었다면 너무 나간 걸까요? 그래도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앨리스의 숲일까요, 헨젤 그레텔 남매의 숲일까요, 빨간망토의 숲일까요.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겠지요.
또 그 아래에는 장어나 고래, 오징어, 고양이와 사슴과 양, 소녀 등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이 기묘하게 조화된 그림이 있습니다.
조화, 뒤섞음, 위화감, 그러나 동화적인... 이런 작품들로 유코 히구치는 어떤 걸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이상할 정도로 작가 본인의 직접적 메시지(인터뷰 등)는 배제되어 있어,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엽서 그림의 기묘하게 귀여운(?) 생물들, 세계수처럼 보이기도 하는 나무, 소녀.
아름다우면서도 섬뜩하고, 또 그러면서도 아련한 느낌이 매혹적인 전시회입니다.
여기서는 왼쪽의, 꽃과 결합된 공룡이 인상적이더라고요.
인어 같으면서도 문어 같고, 또 돌고래 같으면서도 새 같은 생물. 경계가 없는 생물.
꽃에 둘러싸인 호랑이가 귀여우면서도, 그 꽃에는 술 대신 눈알이 있는... 기묘한 그림.
이런 분위기가 계속될 듯하다가도 전시장의 다른 구역에서는 또 다른 느낌이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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